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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대만, 주행감은 호주”…미쓰비시 ASX VR-e가 만들어지는 법

윤신애 에디터
호숫가 도로에 선 Foxtron Bria 전기 크로스오버
미쓰비시 ASX VR-e의 기반이 되는 대만 Foxtron Bria. · FOXTRON 공식 제품 이미지, 보도 목적 인용

미쓰비시가 14년 만의 호주 순수전기차를 자체 개발 대신 대만 Foxtron·Yulon의 설계와 생산으로 채운다. ASX VR-e가 보여주는 자동차 OEM의 역할 분담과 구매 전 확인할 지점을 짚었다.

미쓰비시의 새 전기차에는 세 회사의 손이 겹친다. 일본 브랜드가 차 이름과 판매망을 맡고, 대만 Foxtron이 차량을 개발하며, Yulon Motor가 생산한다. 여기에 호주 팀이 현지 도로에 맞춰 승차감과 조향을 손봤다. 8월 10일 호주·뉴질랜드 도입이 구체화된 ASX VR-e는 한 회사가 설계부터 조립까지 책임지던 전통적인 신차 개발 방식과 거리가 멀다.

이 차가 흥미로운 이유는 엠블럼 교체 자체가 아니다. 판매 규모가 크지 않은 시장에 전용 전기차를 빠르게 넣으면서도, 브랜드가 어디까지 제품 성격을 바꿀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때문이다. 미쓰비시가 호주에서 순수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은 i-MiEV 이후 14년 만이다.

Foxtron Bria 전면과 측면 외관
ASX VR-e의 기반 차량인 Foxtron Bria의 전면부와 공기역학 형상 · FOXTRON 공식 제품 이미지, 보도 목적 인용

개발비 대신 시간을 산 선택

미쓰비시와 Foxtron이 2025년 5월 공개한 공식 합의는 역할을 분명히 적었다. Foxtron이 개발하고 Yulon이 대만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쓰비시가 오세아니아에 공급받는다. 새 플랫폼과 공장을 처음부터 마련하지 않으니 시장 진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전기차 한 차종의 판매량이 불확실한 지역에서는 고정비를 낮추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기반 모델 Bria는 길이 4315㎜, 너비 1885㎜, 높이 1535㎜의 5인승 크로스오버다. Foxtron 공식 제원상 57.7kWh LFP 배터리를 쓰며 후륜구동형은 171kW, 사륜구동형은 299kW다. 다만 이 수치는 대만 판매형 기준이다. 호주형 ASX VR-e의 최종 출력과 인증 주행거리, 가격은 별도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Foxtron Bria 후측면 외관과 LED 후미등
Bria의 짧은 뒤 오버행과 후면 조명 디자인 · FOXTRON 공식 제품 이미지, 보도 목적 인용

배지 엔지니어링과 공동개발의 경계

겉모습과 핵심 하드웨어가 기반차와 같다면 소비자는 이를 단순한 배지 엔지니어링으로 볼 수 있다. 차이를 만드는 부분은 현지 튜닝이다. 호주 매체 carsales는 미쓰비시의 현지 평가팀이 Foxtron과 함께 승차감과 핸들링을 조정했고, 8월에 최종 이미지와 제원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서스펜션 스프링과 댐퍼, 조향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제품 정체성을 가를 핵심이다.

브랜드가 붙는 순간 책임도 바뀐다. 충돌 안전 인증, 배터리 보증, 부품 재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서비스 접점은 미쓰비시 고객이 체감하는 영역이다. Foxtron의 하드웨어가 같더라도 보증 조건과 정비 접근성이 다르면 같은 차라고만 부르기 어렵다.

Foxtron Bria 운전석과 15.6인치 중앙 화면
수평형 대시보드와 15.6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 · FOXTRON 공식 제품 이미지, 보도 목적 인용

57.7kWh가 말해주는 차의 자리

배터리 크기는 이 차가 장거리 대형 SUV보다 도심형 크로스오버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Foxtron은 후륜구동형의 NEDC 주행거리를 516㎞로 제시하지만, NEDC는 호주에서 비교에 쓰이는 WLTP 수치와 직접 같지 않다. 소비자는 현지 인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숫자를 구매 기준으로 삼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급속충전은 공식 기준 최대 134kW, 10%에서 80%까지 30분 이내다. 최고 충전출력만 보면 최신 800V 전기차보다 낮지만, 57.7kWh 배터리와 차급을 함께 보면 사용 목적은 선명하다. 충전 곡선과 겨울철 성능이 공개돼야 실제 장거리 편의성을 판단할 수 있다.

Foxtron Bria 뒷좌석과 실내 공간
평평한 바닥과 5인승 구조를 갖춘 Bria의 뒷좌석 · FOXTRON 공식 제품 이미지, 보도 목적 인용

빠른 차보다 중요한 호주형 세팅

사륜구동 기반차의 0→100㎞/h 가속시간은 롤아웃을 적용해 3.9초다. 그러나 ASX라는 이름을 선택한 차에서 더 중요한 것은 거친 노면의 승차감, 고속도로 직진 안정성, 타이어 선택이다. 호주 현지 튜닝을 강조한 것도 최고출력보다 이런 일상 품질에서 차이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하나의 변수는 트림 구성이다.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모두 들여올지, 고성능형에 VR-e 이름을 한정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성능 숫자를 기반차에서 그대로 옮겨 적어 신차 사양으로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다.

Foxtron Bria 전면 S덕트와 공기 흐름
차체 앞쪽 공기 흐름을 정리하는 S덕트와 에어커튼 · FOXTRON 공식 제품 이미지, 보도 목적 인용

구매자는 제조국보다 책임 주체를 봐야 한다

ASX VR-e는 일본 브랜드, 대만 개발사, 대만 생산사, 호주 튜닝팀을 한 제품에 묶는다. 이런 분업은 전기차 시대에 더 흔해질 가능성이 크다. 공용 플랫폼과 전자 아키텍처를 활용하면 작은 브랜드도 제품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드웨어 차별성이 약하면 가격과 서비스가 설득력을 잃는 순간 브랜드 프리미엄도 흔들린다.

출시 전 확인할 항목은 명확하다. 호주 인증 주행거리와 실제 트림별 출력, 배터리·차량 보증 주체, OTA 지원 범위, 충돌 안전등급, 그리고 Foxtron Bria 대비 가격 차이다. 이 다섯 가지가 공개돼야 현지 튜닝과 미쓰비시 판매망에 지불하는 값이 보인다.

Foxtron Bria 디지털 계기판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9.2인치 계기판과 차량 정보를 표시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 · FOXTRON 공식 제품 이미지, 보도 목적 인용

ASX VR-e가 묻는 것은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미쓰비시는 이 차로 대규모 자체 투자를 피하면서 호주 전기차 시장에 다시 들어간다. Foxtron은 자사 플랫폼을 해외 완성차의 판매망에 올리고, Yulon은 생산 물량을 얻는다. 세 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구조다.

독자에게 남는 질문은 국적보다 완성도다. 현지에서 다듬은 주행감이 기반차와 충분히 다르고, 보증과 업데이트가 미쓰비시 이름에 걸맞으며, 그 차이가 가격에 정직하게 반영되는가. ASX VR-e의 성패는 배지의 출처가 아니라 그 세 질문에 대한 답으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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