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브리핑

포드·지리, 발렌시아 한 공장서 2028년 전기 SUV 만든다

윤신애 에디터수정 2026.08.13 01:53
스페인 발렌시아 포드 공장에서 합작을 발표한 포드와 지리 경영진
포드와 지리 경영진이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합작 생산계획을 발표했다. · Geely Auto UK Media, 언론 배포용

포드와 지리가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을 공동 생산기지로 바꾼다. 지리 전기 SUV 2종의 유럽 현지생산이 관세 회피를 넘어 공장 가동률과 개발비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짚었다.

전기차의 국적을 가르는 기준이 브랜드 본사에서 생산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포드와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한 결정은 그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브랜드가 유럽에 공장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 유럽 생산설비에 들어가고, 전통 완성차는 비어 있는 라인을 경쟁사 물량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양사가 7월 23일 발표한 공동자료에 따르면 포드는 신설 법인의 66%, 지리는 34%를 보유한다. 규제 승인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운영을 시작하고, 2028년부터 지리 브랜드 전기 SUV 2종과 포드의 신형 브롱코, 공동 개발 멀티에너지 크로스오버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발렌시아에서 만드는 쿠가도 계속 생산된다. 한 공장에 두 회사, 여러 동력계, 다섯 개 제품이 모이는 구조다.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현재 생산되는 포드 쿠가 액티브 전면 주행 모습
합작 이후에도 발렌시아 생산이 이어지는 현행 포드 쿠가 액티브. · Ford Motor Company 공식 미디어뱅크, 보도용

50만 대 공장의 문제는 기술보다 빈자리였다

발렌시아 공장의 잠재 연산 능력은 약 50만 대다. 그러나 AP는 이 공장의 2025년 생산이 10만 대 아래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설비가 멈춰 있는 시간에도 감가상각비와 유지비, 인력 운영비는 발생한다. 전기차 한 대의 원가를 낮추려면 배터리 가격만큼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합작의 핵심은 지리가 포드 공장을 사용한다는 사실보다 서로 다른 수요를 한 생산 거점에 묶는 데 있다. 포드는 유럽 판매 감소 속에서 신규 모델 전체를 독자 개발할 부담을 줄이고, 지리는 새 공장의 인허가와 건설에 드는 시간을 단축한다. 양사 공동자료가 공장 활용도와 차량 한 대당 비용을 함께 강조한 이유다.

발렌시아 생산 차종인 포드 쿠가 ST-Line의 측면 주행 모습
발렌시아 공장의 기존 물량을 맡는 현행 포드 쿠가 ST-Line. · Ford Motor Company 공식 미디어뱅크, 보도용
차체 생산설비가 보이는 스페인 발렌시아 포드 공장 내부와 포드·지리 경영진
차체 생산설비가 가동 중인 스페인 발렌시아 포드 공장 내부. · Geely Auto UK Media, 언론 배포용

현지생산은 관세보다 긴 계산이다

지리에는 유럽 현지생산이라는 결과가 남는다. 유럽연합은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발렌시아 생산차의 실제 관세·원산지 판정은 부품 조달과 현지 부가가치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이번 합작을 곧바로 ‘관세 우회’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아직 차종별 플랫폼과 배터리 공급망, 현지조달 비율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럽 안에서 조립한다는 선택은 운송거리와 재고 대응시간을 줄이고, 지역별 사양 변경을 빠르게 할 여지를 준다. 지리의 상반기 해외 판매는 47만4228대로 전년 동기보다 158% 늘었다. 수입 물량만 늘리는 단계에서 판매가 흔들릴 때 생산을 조정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포드도 얻는 것이 적지 않다. 지리의 전동화 플랫폼과 공급망 경험을 활용하면 유럽용 제품 개발비를 나눌 수 있다. 다만 공동 개발 크로스오버의 기반 플랫폼, 소프트웨어 권리, 핵심 부품 조달 주체는 발표되지 않았다. 비용 절감의 크기를 판단하려면 이 세 항목이 공개돼야 한다.

포드 발렌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행 쿠가 ST-Line의 후측면 모습
여러 동력계와 신규 차종을 함께 생산하게 될 발렌시아의 현행 제품 쿠가. · Ford Motor Company 공식 미디어뱅크, 보도용

소비자가 확인할 것은 엠블럼 뒤의 사양이다

이번 합작이 실제 구매가치로 이어지려면 공장 가동률 개선이 차량 가격과 서비스 품질에 반영돼야 한다.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더라도 포드와 지리의 배터리 보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부품 공급체계가 자동으로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2028년 출시 때는 가격뿐 아니라 배터리 공급사, 충전성능, 보증 주체, 유럽 내 수리망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배경이다. 로드브리핑이 앞서 살핀 2026년 상반기 EU 등록자료에서 배터리 전기차 점유율은 20.7%였다.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판매량이 작은 독립 공장보다 여러 브랜드 물량을 모은 공장이 원가에서 유리해진다. 발렌시아 모델은 이 규모의 문제를 국경을 넘는 합작으로 해결하려는 사례다.

발렌시아에서 계속 생산될 포드 쿠가 액티브의 도로 주행 모습
합작 운영 전후로 생산이 중단되지 않는 현행 포드 쿠가 액티브. · Ford Motor Company 공식 미디어뱅크, 보도용

2028년까지 남은 네 가지 확인점

계획은 아직 규제 승인 전이고 첫 생산까지 약 2년이 남았다. 합작회사 설립 완료 여부, 지리 전기 SUV 2종의 확정 차종, 배터리와 주요 부품의 조달 지역, 공장 고용과 실제 생산목표가 차례로 확인돼야 한다. 잠재능력 50만 대는 목표 생산량이 아니며, 다섯 차종을 만든다는 사실도 수요를 보장하지 않는다.

포드가 공개한 현행 브롱코 계열 차량의 오프로드 주행 모습
발렌시아에는 2028년 새로운 브롱코 계열 모델이 투입된다. 사진은 신차가 아닌 현행 브롱코 계열 참고 이미지. · Ford Motor Company 공식 미디어뱅크, 보도용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유럽 전기차 경쟁에서 공장은 더 이상 한 브랜드만의 성이 아니다. 기존 설비를 가진 회사는 가동률을, 빠르게 성장한 회사는 시장 진입시간을 서로 교환한다. 발렌시아 합작의 성과는 어느 회사 이름이 차 앞에 붙는지가 아니라, 공유한 설비가 원가를 얼마나 낮추고 그 절감분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돌아오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자료 출처

이어서 볼 기사